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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나, 레전드에게 골을 바치다

No.9 KJH 2013. 3. 6. 23:15

하프나 '테오 보스를 위해 반드시 승리하고 싶었다'


비테세는 3월 1일, 위트레흐트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선제골을 넣은 건 FW 하프나 마이크. FW 헤나토 이바라의 높은 크로스가 니어사이드에 있던 FW 윌프레드 보니의 머리를 넘겼고 이 순간 하프나가 후방에서 볼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그러자 위트레흐트의 두 수비수가 엉켰고 하프나 앞에 공이 와 손쉽게 골로 연결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상대편 선수가 서로 엉킨 덕분에 운 좋게 내 앞에 공이 흘러왔다. 행운이었다. 그리고 골키퍼가 앞으로 넘어져 줘서 그저 골대로 넣기만 했으면 됐다"며 시즌 5호골에 대한 감상을 말했다.

 

주포지션은 센터포워드인 하프나. 하지만 프레드 루텐 감독은 그런 그를 왼쪽 윙, 세컨드 스트라이커로서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막 직전 유로파리그 예선에서는 중앙 MF로 출장시키기도 했다. 위트레흐트전의 하프나는 역삼각형 MF에서 좌측 중앙 MF로 플레이했다. 이에 "나와 반 힌켈이 상대의 보란치를 뚫는 느낌이었다"고. 스트라이커로 출장하는 시간이 적어 때론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도 생기는 하프나였지만 최근엔 다른 포지션에서 뛰어도 어색함이 줄었고 신체적 컨디션, 볼 컨트롤도 점점 부드러워졌다.

시합 중반을 지나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행운 같은 골도 사실은 높은 크로스에 맹렬히 돌진한 하프나의 박력이 상대에게 혼란을 가져온 것이다. 키가 큰 것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인에게도 하프나의 신장(194cm)은 크게 느껴진다. 게다가 결정력도 있다. 그런 그가 중반부터 패널티 에어리어까지 돌진해온다면 상대 선수들도 당황하게 되고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2골은 더 넣을 수 있었던 시합

이날 비테세는 중원을 생략하고 골키퍼, 수비수들이 후방에서 롱패스를 자주 시도했다. 이것을 보니가 공중전에서 승리하면 하프나에게, 하프나가 승리하면 보니에게 공이 넘어갔다. 하프나도 이러한 전략에 대해 "스태프에게서 그 작전을 의식하라고 들었고, 전 시합에서도 좋은 장면이 많았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대표인 MF 마르코 반 힌켈은 이 두 사람이 포스트플레이를 할 때 수비 뒤로 달려간다. 하프나-보니-반 힌켈의 연계는 상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 하프나는 "콤비네이션이 있으면 상대는 무너진다. 지금까지 잘 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나도 꽤 잘 달린다(웃음)"고 회고. 사실 하프나에게 있어서 적어도 2골은 더 넣을 수 있었던 시합. 그래서 1골로 마친 것이 아쉽다.

'미스터 비테세'에게 바치는 승리

시합 전체를 되돌아보면 위트레흐트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 밤, 헬레도메는 오랜만에 '홈팀만의 축구' 분위기로 둘러싸여 비테세 선수와 서포터가 하나가 되었다. 그 박력으로 위트레흐트에게 결코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하프나는 "테오 보스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승리하길 원했다. 그 결과, 팀이 하나가 되어 싸웠다. 그도 하늘에서 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승리를 보스에게 바쳤다.

보스는 현역시절 15년간 비테세에서 뛴 명수비수. 감독으로도 유스, 리저브, 1군 등 모든 카테고리에 관여한 비테세의 산 증인이었다. 보스야말로 'Mr.비테세'란 칭호가 어울렸던 인물. 서포터가 모이는 골대 뒤는 그의 이름을 따 '테오 보스 트리뷴'이라고 명명되었다. 그런 보스가 2월 28일, 암으로 47년이란 짧은 생애를 마감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지휘한, 슬픔에 잠긴 도르트레흐트는 1일 예정된 2부리그 캄부르전을 중지하고 그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테세 vs 위트레흐트는 개최되었지만 테오 보스의 등번호 '4'를 기리며 킥오프. 4분이 된 시점에는 나이하이스 주심이 시합을 중단했고 스타디움 전체는 박수로 그를 추모했다. 또한 4번을 쓰던 DF 얀-야리 반 하이덴은 보스에게 이 번호를 양보하고 23번으로 등번호를 교체. 보스의 현역 시절 등번호였던 No.4는 그렇게 비테세의 영구결변으로 지정. 이런 특별한 날에 팀이 하나가 되지 않을 리 없다. 마음으로 상대를 능가한 비테세는 결국 보스에게 승리를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