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ivisie

챔피언이 넘어야 할 3가지 벽

낑깡이야 2010. 8. 7. 01:17
1957년 에레디비지가 정식으로 출범한 이래 빅3 - 아약스, PSV, 페예노르트 - 이외의 클럽이 2연패를 차지한 역사는 단 한 차례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마추어 클럽으로 전락한 63/64 챔피언 D.W.S는 이듬해 아쉽게 2위에 그쳐야 했으며 80/81시즌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보며 전성기를 누린 AZ'67도 다음 해 3위에 머물러야 했다. 급기야 08/09시즌에는 AZ가 우승과 재정난-구단주 사임이라는 결과와 맞바꿔야 했다.

09/10 챔피언 트벤테에겐 부담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곳곳에서 트벤테의 2연패를 부정하고 있다. 트벤테는 디펜딩 챔피언임에서 각종 북메이커가 매긴 우승배당률에서 아약스-PSV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 아니면 어느 누군가에 의해 새로 쓰여질 것인가. 항상 되풀이되는 궁금증이다. 과연 트벤테는 이러한 장벽을 넘고 에레디비지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까.

Transfer
트벤테도 중소리그 챔피언의 비애를 경험하고 있다. 먼저 은쿠포는 이미 후반기에 미국행을 확정 지었으며 페레즈는 우승과 함께 화려하게 은퇴했다. 그리고 로니 스탐은 잉글랜드로 떠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스토흐-라이코비치는 임대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그뿐이 아니라 공수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루이스와 더글라스도 독일-이탈리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우승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주축 선수들의 이탈을 멍하니 지켜본 것만은 아니다. 은쿠포와 스토흐의 빈자리는 '오스트리아산 폭격기' 얀코와 U-21 스웨덴 출신 측면 공격수 바이라미로 대체했으며 페레즈와 로니 스탐의 공백도 차들리와 로살레스를 영입하며 최소화했다. 또한 벵트손을 영입, 더글라스의 대체자를 준비해뒀으며 아르나우토비치의 완전 이적으로 거액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새판을 완벽히 짜맞춘 셈.

하지만 공격적인 영입이 반드시 성공과 직결되진 않는다. 특히 조직력을 강조하고 베스트 11의 컨디션을 어떤 팀보다 중시하는 트벤테에겐 더욱 민감한 사안이다. 더군다나 트벤테는 감독까지 교체된 팀이 아니던가. 이들에겐 주축 선수들의 대거 이적으로 무너진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것이다. 퍼즐은 이미 갖춰졌다. 그러나 그 퍼즐들이 트벤테가 필요로 하는 모양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Man-Power
지난해 트벤테가 우승을 차지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은 '맨-파워'였다. 루이스-은쿠포-스토흐는 새롭게 발을 맞췄음에도 46골을 합작하며 리그 최강의 삼각편대로 맹위를 떨쳤다. 특히 루이스의 파괴력은 실로 대단했다. 사실 총 득점은 24골로 수아레스의 35골과는 비교하기 부끄러운 기록이었다. 그러나 체감 파괴력은 못지않았다. 그는 10경기 연속골을 터뜨리고 무려 9차례나 결승골을 작렬시킨 '승리 보증수표'였다.

맨-파워는 루이스만의 것이 아니었다. 은쿠포는 파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을 받았음에도 고비 때마다 골을 터뜨려줬다. 특히 28R PSV전 동점골은 트벤테가 9부 능선을 넘는 천금의 골이었다. 스토흐도 빠뜨릴 수 없다. 전반기에만 8골을 몰아쳤고 후반기에 패턴이 완전히 파악 당해 고전하는 와중에도 최종전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두 선수는 33R 페예노르트전에서도 나란히 골을 터뜨렸다.

은쿠포와 스토흐가 떠난 지금 루이스의 잔류는 불행 중 다행이다. 그리고 새롭게 가세한 얀코와 한층 성장한 루크 데 용은 은쿠포보다 더 많은 골을 터뜨려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은쿠포, 페레즈 등 베테랑들이 고비 때마다 해주던 해결사 역할을 이들이 대신해줄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한편 동료의 재능을 극대화해주던 이들의 헌신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Pressure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은 어느 팀에게나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먼저 챔피언스리그라는 유럽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토너먼트에 참가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이는 클럽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겠으나 리그를 대표한다는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또한 에레디비지 강호들과 대등한 혹은 이들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춘 타 리그 클럽들과 격전을 벌어야 한다는 점도 힘을 분배하고 체력을 안배하는 데 큰 차질을 빚게 한다.

지난해 AZ를 돌이켜보자. 새 감독과 함께 새 시즌을 맞이한 챔피언은 감독이 중도에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고 구단주가 사임하는 시련까지 겹쳤다. 또한 주축 선수의 부상과 이탈로 악전고투해야 했다. 특히 감독 경질은 쿠만이 새 팀을 지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빚어진 사태이다. 그중 챔피언스리그 병행으로 전환점을 찾지 못한 채 끌려다니기만 했던 것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축구는 흐름의 싸움이기도 하다. 한 번 탄 흐름은 쉽게 무너지지 않지만 반대로 한 번 깨진 흐름도 쉽게 되돌릴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승리가 연승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챔피언스리그에서 안 좋은 흐름을 타게 된다면? 이는 우승 레이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당연히 잡아야 할 경기들까지 놓치게 되는 그런 흐름 말이다. 지난해 흐름에 울고 웃었던 트벤테이기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