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je 152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터키-스페인과의 2연전.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먼저 유로 2016 예선 터키전. 이 경기는 이전 경기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전술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과 유사한 베스트 11로 경기에 임했고 맞춤형 전략을 들고나온 터키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종료 직전 슈나이더의 골이나 다름없는 훈텔라르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다시 패배를 맛봤을 터. 터키가 1골을 지키려 하지 않고 오히려 공격에 집중해 네덜란드의 불안한 후방을 공략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네덜란드에겐 여러모로 운이 따랐던 경기. 덕분에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이 걸린 3위는 사수할 수 있었다. 그렇게 궁지에 몰린 히딩크, 스페인전을 앞두고 변화를 꾀한다. 가장 큰 변화는 중원. M..

Oranje 2015.04.01

반 할 체제 BACK-3(2014 월드컵 ver.)에 대한 이야기

히딩크가 깽판을 치는 가운데 오랜만에 2014 브라질 월드컵 얘기나 해보죠. 흔히 '루이 반 할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백3로 전환한 것은 MF 케빈 스트로트만의 부재 때문이다'라고 얘기하곤 하죠. 그러면서 이는 반 할 감독의 스트로트만에 대한 신뢰 그리고 그의 역량을 이야기하는 데 쓰이는 소재가 되곤 합니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정확하게는 반 더 바르트-스트로트만의 동반 부상 그리고 수비수들의 역량에 대한 의심이 반 할 감독이 생각을 바꾸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반 할 체제의 4-3-3에서 반 더 바르트-스트로트만이 하는 역할을 컸습니다. 스트로트만이 공수를 연결하고 중원 장악을 책임지는 리더였다면 MF 라파엘 반 더 바르트는 그의 비호를 받아 공격 전개와 연결고리 역할..

Oranje 2015.03.30

3총사가 돌아왔다

항상 햄버거와 콜라, 감자튀김처럼 세트로 묶이는 친구들이 있다. 반 바스텐과 훌리트, 레이카르트가 그랬고 클라이베르트-세도르프-다비즈 그리고 로벤-반 페르시-스네이더가 그랬다. 그들은 때론 동반자로, 때론 경쟁자로 항상 팬들 혹은 평론가들로부터 동시에 거론되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여기 한 세트가 더 있다. '반 페르시-훈텔라르의 후계자가 누구냐'고 물을 때마다 항상 동시에 언급되는 3인방이다. 바로 도스트-L.데 용-반 볼프스빈켈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불과 2014년까지만 해도 이들에겐 미래가 없어 보였다. 루크 데 용은 해외에서 힘겨운 생활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온 '실패한 유망주'라는 딱지가 붙었고 반 볼프스빈켈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저니맨(Journey Man)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도스트는 어떤가..

Oranje 2015.02.20

반등? 여전히 위기다

멕시코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렸던 히딩크, 라트비아전 대승으로 체면을 세웠습니다. 선수들은 이 승리로 자신감을 되찾았고 라트비아전에 패하면 지휘봉을 놓겠다며, 자신의 감독 인생을 담보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히딩크도 자신의 말을 지킨 셈이 됐죠. 그러나 과연 이 라트비아전 승리에 승점 3 그리고 히딩크 감독의 생명 연장,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부진을 털어내는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음에도 불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멕시코-라트비아와의 2연전에서 보여준 전략과 비전입니다. 멕시코전에서 밸런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스네이더-블린트-아펠라이 조합을 내세운 것을 시작으로 문제 투성이입니다. 벼랑 끝에 몰린 라트비아전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반 페르시-훈텔라르를 동시에..

Oranje 2014.11.17

[멕시코-라트비아] 벼랑 끝에 선 히딩크호 '사생결단'

히딩크 감독과 네덜란드의 미래가 걸린 단두대 매치가 눈앞으로 다가왔네요. 최정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014 월드컵에서 수비의 중심을 잡아줬던 DF 블라르가 히딩크 체제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소집됐고 에레디비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젊은 두 측면 DF 빌렘스-반 라인 역시 처음으로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데르케센을 비롯한 평론가 일부는 'V.반 다이크를 제외한 것이 의외'라며 아쉬움을 드러냈으며 이만하면 현재 네덜란드가 꾸릴 수 있는 최상의 구성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블라르의 복귀에 따른 수비 안정화. 그리고 빌렘스의 투입에 따른 블린트의 활용폭 증가가 있겠네요. 빌렘스가 수비에선 여전히 불안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나 공격적인 재능은 물이 올라 공세를 펼..

Oranje 2014.10.30

명장의 안일한 대응이 부른 참사

아드 데 모스 감독(前 아약스) "히딩크 감독은 당장 수건을 던져야 한다." R.데 부르(전 아약스/네덜란드 대표) "히딩크의 시대는 끝났다." 네덜란드가 '다시' 이변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이번엔 아이슬란드였습니다. 0대2 완패. 이젠 동네북 신세네요. 그야말로 아이슬란드의 손바닥에서 놀아났다고 할 만큼 졸전이었습니다. 사실 카자흐스탄전, 아니 체코전부터 계속 징조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회복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상대는 골든 제너레이션의 포르투갈과 전성기의 아일랜드가 아닌, 너덜너덜해진 체코와 이제 기지개를 켤랑말랑하는 아이슬란드입니다. 아이슬란드 전성시대? 네덜란드는 불과 3~4개월 전, 월드컵 3위를 차지했던 팀이라는 걸 생각해야죠. 어떤 형태로든 용납이 ..

Oranje 2014.10.14

vs 체코 - 한방 먹은 히딩크

16년 만에 돌아온 히딩크, 출발은 아쉽네요. 이탈리아-체코와의 2연전에서 내리 패했습니다. 특히 체코전은 유로 2016 예선의 문을 여는 의미, 네덜란드를 괴롭힐 2위 그룹과의 기 싸움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경기였는데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5차례 메이저 대회 예선에서 단 1패에 그쳤던 네덜란드는 출발부터 패배를 안고 시작하게 됐네요. 개인적으로 브르바 감독은 빅토리아 플젠 시절부터 지켜본'재야의 고수'라고 생각하는 감독인데 이번에 히딩크 감독에게 제대로 한방 먹였습니다 허허. 그에 대해선 언제 시간이 되면 다시. 하여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지난 이탈리아전에서 4-3-3이 실패로 돌아간 것 때문일까요. 히딩크 감독은 체코 원정에서 네덜란드를 3위로 이끈 5-3-2 카드를 다시 꺼냈습니다. 저는..

Oranje 2014.09.10

vs 이탈리아 - 돌아온 히딩크의 선택

돌아온 히딩크, 출발이 순조롭지만은 않네요. 이탈리아 원정에서 0대2로 완패했습니다. 무기력했죠. 경기 초반, 수비진의 치명적인 실수가 2골을 헌납하는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졌고 이것이 승부를 결정짓는 골들이 됐습니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아마 대부분 이 결과에 실망할 겁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준결승까지 오르며 여름을 불태웠던 네덜란드이기에 그 실망감은 더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경기를 보면 히딩크의 액션은 크지 않았습니다. 초반에 실점, 퇴장 등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가 이어졌음에도 벤치를 지켰습니다. 90분을 지켜본 제 감상은 이렇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어차피 어려워진 상황에서 강수로 결과를 내기보다는 선수들의 기량 점검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였습니다. 히딩크 감..

Oranje 2014.09.05

센터백 3인방 이야기

- 월드컵 직전 네덜란드가 저평가받은 가장 큰 이유는 2~3선의 떨어지는 이름값이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선수들은 정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으며 나머지 어린 선수들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국리그 에레디비지에서 뛰는 선수들에 불과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 낯선 선수들이 많으니 평가하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리그 경쟁력을 고려한 저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이해한다. 많은 이들이 검증된 공격력과 비교해 수비력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겠다. 그러나 결과는? 4실점(PK 2실점)으로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름값? 부질없는 것이지. - 여기서 먼저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통곡의 벽으로 거듭난 베테랑 론 블라르부터 이야기해야겠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유럽 빅 ..

Oranje 2014.07.14

2014 네덜란드는 준비된 팀이었다

모두가 얕봤다. 선수들의 낮아진 이름값, 남미라는 지역색 등 여러 요소를 이유로 스페인-칠레의 관록과 기세에 밀려 조별리그서 탈락하리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에게 역사적인 패배를 안겨줬고 돌풍의 팀을 차례차례 돌려보냈다. 준결승전에선 전설적인 선수를 철저히 봉쇄하며 승리의 문턱까지 다가서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준비된 팀이었다. 반 할은 90분 혹은 120분 어쩔 땐 승부차기까지 판을 짜며 경기를 설계했다. 그 과정에는 1개월을 앞두고 주 전술을 변경한 용단, 카이트의 측면 수비 4주 훈련, 승부차기에 대비한 크룰과 키커들의 반복된 훈련도 포함돼 있었다. 반 할의 과감한 세대교체, 변화무쌍한 지략,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고 훌륭히 수행한 베테랑과 신예들의 활약은 네덜란드의 미래를 기대하..

Oranje 2014.07.10